[논설위원 칼럼] 기독교와 핵평화주의
[논설위원 칼럼] 기독교와 핵평화주의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2.11.04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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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2,700개의 핵탄두가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9,400개 정도가 미사일, 비행기, 배, 그리고 잠수함에서 만의 하나 유사시 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전 세계 핵탄두의 약 90%를 미국과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고, 프랑스, 중국, 영국 파키스찬, 인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이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대용량 핵폭탄 10개 내지 100개 정도가 터질 경우 인류는 종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현재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의 총량은 인류를 127번이나 멸절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1 메가 톤’짜리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약 80평방 마일을 파괴할 수 있지만, 그것을 8개로 나누어 폭발시킬 경우 그 곱절에 해당하는 160 평방 마일을 파괴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핵 보유국은 핵폭탄을 개발한 후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던 것이다. 핵무기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연구한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핵전쟁이 일어나 다발적으로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그 폭발로 인해 성층권에서 지구로 오는 태양열과 빛이 차단되는 일이 벌어지면 지표면의 온도가 급 냉각되어 핵겨울(Nuclear winter)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생존할 수 없어 멸종될 것이 예상된다.

기독교는 지금까지 “악과 부정의”를 척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을 수용하되 그 전쟁의 정당성을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소수의 절대 평화주의자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주류 기독교는 정당전쟁론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록 잠정적으로라도 악을 제어하고 불의를 극복함으로써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전쟁을 수용한 이유는 “악과 부정의의 현실을” 그 방법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악과 불의한 힘은 도덕적 설득에 의하여 극복될 수 없다는 경험적 인식도 한 몫 했다.

1980년 대 이후, 기독교 안에서는 재래의 정당전쟁론을 계속 지지할 수 없다는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핵폭탄의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지금까지 악과 불의를 제거하기 위한 억제적, 혹은 보복적 무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었지만 핵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은 제거하려는 악이나 불의 그 자체보다 더 큰 악과 불의를 결과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교회들은 1980년대 초 여러 연구 결과물을 내놓고 다양한 토론을 벌였다. 1983년에 미국 가톨릭교회 감독들이 낸 백서 “평화의 도전: 하나님의 약속과 우리의 응답”에서 전 세계민이 핵전쟁 갈등, 대량 살상 무기 생산에 명백한 “NO”를 선언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가 있고, 1986년에 나온 연합감리교회 백서, ‘창조세계 지키기, 핵전쟁의 위기와 정의로운 평화’에서도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어떤 핵전쟁이나 핵무기의 사용에 대하여 명백하고도 절대적인 “NO”를 선언해야 한다는 합리적 결론에 이르고 있다.

핵무기나 핵전쟁에 대하여 "NO"를 선언하는 것은 지금까지 견지해오던 정당전쟁론을 다분히 포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핵무기는 어느 경우에도 선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악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경우, 핵무기는 정의의 회복은커녕 더 거대한 악을 생산하고, 심지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파괴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핵전쟁은 정의의 회복은커녕, 모든 생명의 공멸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입장을 당시 베를린 대학 신학부 교수인 헬무트 골비쳐(Helmut Golwitzer)는 오늘날 기독교인의 입장은 오직 한 가지, 핵 평화주의(Nuclear Pacifism)밖에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 요즈음 윤석열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북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에 상응하여 우리도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여 핵무장 내지는 미군의 전술핵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여기에 부응하여 일부 보수적인 목사들이 북에게 질 수 없다는 반공주의적 승리주의에 빠져 핵무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이런 소리가 교회에서 나오는 까닭은 서구 교회에서는 1980년대 이미 명료하게 정리된 문제에 대하여 목회자들이 무지하거나, 핵전쟁의 결과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숙고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교회가 노래하던 승리주의는 정당전쟁 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었으나, 오늘날 핵전쟁을 통한 승리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인류 공멸의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승리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세계 속에서 뭇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고 지키는 과제에 대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보다 깊이 숙고해야 할 때다.

박충구 교수
박충구 박사
생명과 평화 연구소 소장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교 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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