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어항 속의 권력구조 (3)
[예술과 목회] 어항 속의 권력구조 (3)
  • 이충범 교수
  • 승인 2022.10.2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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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떡납줄갱이
립스틱떡납줄갱이

민중의 지도자이자 물고기들의 메시아인 리더가 중원에 자리 잡고 어항 속을 평정하자 물고기들은 한시적 평화를 누린다. 미국 거대기업이 최고 판매실적을 올린 사원들을 해고한 적이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수의 성과우수자가 기업에 주는 유익은 전체로 봤을 때 크지 않지만 그들이 동료들에게 끼치는 부정적 감정의 대가는 유익의 5배가 넘었기 때문이다. 늠름한 리더는 단호하게 어항 내 악질들을 주변부로 몰아냈다. 그러자 어항 속의 물고기들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그들이 사랑하는 구역으로 몰려가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밀어는 수초사이 돌 위에 자리를 잡았다. 심통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녀석은 산신령같은 성품을 지녔다. 늘 뒷짐을 지고 돌과 수초사이를 어슬렁거리는 녀석은 조용한 산중생활을 좋아한다. 배가 고프기 전까지 녀석은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법이 없다. 푸른 식물들과 바위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는 느림의 미학을 아는 녀석이다.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고 만족해하는 녀석이야말로 진짜 자연인이다.

쉬리들은 강력한 수류가 뿜어져 나오는 20와트 수중모터 앞 자갈밭에서 모여 놀기 시작했다. 거센 물살에도 그들은 전혀 겁내지 않고 과감히 응전하는 강철멘탈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파도의 진동을 온 몸으로 감응하고 자신의 몸 안에서 전화한다. 세파에 상처뿐일 것 같은 그들의 피부는 반대로 미끈하고 곱게 물들어간다. 마치 풍파에 맞서 인생을 개척한 바닷가 어부의 빛나는 구릿빛 피부처럼 말이다.

<위 낙동강 수수미꾸리, 아래 한강 새코미꾸리, 이 둘은 자연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어항 속에서는 서로 업고 다닌다.>

한강출신 새코미꾸리 녀석들은 바닥의 모래 속을 쑤시고 다니는 밑바닥 인생들이다. 물 위로 부상하지 못해 흩날리는 먹이를 쫓아다녀가며 차지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인내를 가지고 먹이가 바닥에 떨어지길 기다린다. 비록 풍성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인간들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낙수효과를 누린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에 낙동강에서 이민 온 수수미꾸리가 어항 안으로 들어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터줏대감 새코미꾸리들은 이주민들을 내치지 않고 오히려 형제처럼 함께 행복하게 지낸다. 어려운 사람들이 이웃들에게 더 큰 관심과 배려를 하는 인간세상처럼 말이다.

납자루들은 중원을 노닌다. 성질이 급해서 빠릿빠릿한 각시붕어, 온 종일 식탐에 불타는 칼납자루, 수줍음 때문에 늘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숨어 다니는 가시납자루, 작은 몸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상큼상큼 활보하는 멋쟁이 떡납줄갱이 아가씨, 수퍼모델이 숨어버릴 만큼 늘씬하고 화려한 줄납자루, 부지런해서 늘 바삐 움직이는 흰줄납자루가 중원에 모여 함께 산다. 도시의 한복판을 유유히 활보하는 큰납지리는 큰 덩치만큼 오지랖이 넓어 여기저기 참견질을 해대는 어항 속 지식인이다.

어항 속 물고기들은 모두 자기 성품과 취향대로 자리를 잡고 행복하게 잘산다. 타인들에게 해코지를 할 필요도, 타인의 것을 빼앗을 이유도 없다. 안타깝게 이런 평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그들의 욕망을 절제할 수 없는 시간이 도래한다. 어항 구석에 사료가 뿌려지면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모두가 좁고 답답한 곳으로 미친 듯이 쇄도한다. 앞서가려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투쟁한다.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도시의 알짜배기 땅으로 물고기들은 목적 없이 돌진한다. 옆의 물고기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충범 교수
협성대 역사신학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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