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코코' -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석한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영화와 복음] 영화 '코코' -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석한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10.2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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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멕시코 전통 축제인 ‘죽은 자들의 날’에 기반한 작품이다. 주인공 미구엘은 탁월한 음악적 재능으로 뮤지션을 꿈꾸지만, 음악을 터부시하는 집안 분위기 탓에 갈등한다.

악사의 광장(산타 세실리아 플라자)에서 구두를 닦던 그는 어느 날, ‘죽은 자들의 날 음악 경연대회’ 포스터를 소개받고 가족 몰래 신청서를 낸다. 하지만 자신의 악기가 있어야 참가할 수 있다는 말에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 기념관’에 전시된 기타를 훔치다(빌리다)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간다. 거기에선 일 년에 단 한 번 ‘죽은 자들의 날’에 가족들이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고 기억해주면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와 가족을 볼 수 있지만, 잊히면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그곳에서 미구엘은 고조할머니 이멜다와 고조할아버지 헥터를 만난다. 특히 헥터는 자손들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에 괴로워한다. 미구엘은 과거 오해로 헤어졌던 두 어른(이멜다와 헥터)을 극적으로 화해시키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한편, 증조할머니 코코는 점점 기억이 사라지고 죽음이 가까이 온다. 그때 미구엘이 고조할아버지 헥터의 ‘딸(코코)을 향한 노래’를 기억하여 증조할머니 코코에게 연주하고,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듯 그 음악에 반응을 보인다. 이를 계기로 미구엘의 가족도 다시 음악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 영화의 주요 개념은 두 가지이다.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후 세계’와 ‘조상들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이는 ‘사진’을 매개로 연결된다. 이런 전통은 멕시코의 오래된 내세관에 기인한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계에 돌아와 머물며 교제할 수 있다는 세계관으로, 이를 위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집안에 제단을 만들고 그곳에 죽은 자들의 사진을 게시한다.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축제/전통은 고대 아즈텍 문화의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죽음의 여신 믹테카시우아틀(Mictecacihuatl)에게 제물을 바쳤던 데서 유래한다. 여기에 남미의 점령자 스페인이 기독교(가톨릭)를 정착시키면서 들여온 ‘만성절’(All Saints Day)과 ‘연옥’의 개념이 혼합되어 있다. 조상을 섬긴다는 점에서 한국의 무속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조상(우상)숭배로 읽힐 위험이 있고, 연옥 개념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또한 귀신(죽은 자)에 대한 긍정적 묘사로 선악 개념의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위의 주요 개념 두 가지는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먼저, 현실과 밀접한 사후(죽은 자들의) 세계의 개념이다. 영화에서 사후 세계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인간 세계의 연장선쯤으로 묘사된다. 연옥을 떠올린다. 그곳은 나름대로 질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모습이다. 차이가 있다면 모습이 ‘해골’이라는 것 정도이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사후 세계는 오직 천국과 지옥뿐이다. 그 중간쯤 되는 곳은 없다.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현재)에 들어온 하나님 나라’라는 관점에서 보면 새롭게 해석/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죽은 후에 가는 곳으로의 천국은 이원론적 세계관(현세와 내세)에 부합된 개념이지만, 예수님의 초림으로 말미암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 개념은 단지 천국이 저세상의 존재로만 인식되는 차원을 넘어 예수님께서 현실의 삶에서 보여주고 실현하시고자 했던 하나님의 통치라는 관점에서 현실과의 접점이 생긴다. 사실 최근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 구원에만 집착하여 발생한 현실과 천국 사이의 괴리이다. 하나님 나라는 죽은 후에 가게 될 곳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실현하고 구현해야 할 실천적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둘째로, ‘기억’은 단지 사후 세계 조상들을 불러내는 주문과 같은 주술적 개념이 아니다. ‘기억’은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신앙의 대물림과 전승을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이스라엘의 각종 절기는 하나님의 은혜와 출애굽의 놀라운 역사를 후대가 계승하여 신앙의 유산을 지키려는 흔적이다.

초막절은 초막을 짓고 생활하면서, 출애굽에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기억하며 애굽의 압제에서 구원하셨던 은혜를 되새기는 절기이다. 예수님도 최후의 만찬을 통해, 떡과 잔을 나누며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다. ‘기억(remembrance)’에서 중요한 것은 조상이나 귀신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를 되새기며 전하는 데 있다. 더불어 ‘같은 기억의 공유’는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루는 데 필수 요소이다. 우리는 기억과 기념을 통해 그리스도와 성도, 성도와 성도 사이의 연합을 이룰 수 있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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