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삶의 실존, 그리고 위로와 평안’ in '나의 아저씨'
[전문가 칼럼] ‘삶의 실존, 그리고 위로와 평안’ in '나의 아저씨'
  • 박형철 교수
  • 승인 2022.10.20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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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슬픈데, 그래도 그냥 좋은 드라마”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어느 시작점, 개인적으로 인생 드라마로 꼽는 작품 중 하나인 <나의 아저씨> 11~12화를 보고 난 후, 감동에 못 이겨 팡세처럼 적어 내려갔던 짤막한 글에 붙였던 소제목이다. 한 줄의 글조차도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주저 못 쓰고 있었던 그 시절이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 저녁 감동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커다란 울림에 공명했던 탓이 아닐까. 몇 번을 돌려봤기에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그 동선을 따라가며 분노하고, 가슴 졸이고, 답답해하고... 슬퍼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 날 나는 그렇게 위로받고, 정화되었다.

“한숨, 한잔, 그리고 또 하루”

‘아프고 슬프다’는 건, 우리 누구나 지니고 있는 고통의 실존 일면을 화면을 통해 마주하고 공감하며 느꼈던 감정일 것이다. ‘그래도 그냥 좋다’는 건, 너무 아프지만 담담할 수밖에 없는 너와 나의 삶의 이야기들,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네 희로애락의 일상이 담긴 이야기들에 대한 웃픈 인정과 감사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온몸으로, 온 삶으로 울고 있다. 더 가슴 아픈 건, 그런 그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살아간다는 것이다. 삶이니까. <나의 아저씨> 전 회를 돌려볼 때마다 남는 잔상과 잔향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한숨과 한잔’. 건축구조기술사인 동훈이 건물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설명한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선고받은 사형수처럼 무기징역의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이지만, 그는 그렇게 버티고 버티며 자신의 하루하루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한숨을 뱉으며, 한잔에 털어버리며.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지 몰라도,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낸 그와 우리일 수 있다. 누군가의 한숨, 우리는 그 무거운 숨을 헤아릴 수도 그 깊일 이해할 수도 없다(cf. 이하이의 <한숨>). 그 한숨에는 우리의 실수와 죄와 고통이 담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한숨은 귀한 생명의 숨이다.

살다보면, 살아가다보면, 세상이 우리 뒤통수를 친다. 그 때 수많은 동훈이는 모든 걸 소주 한잔에 타서 털어버린다. 그리고 되뇐다. 부딪치고 실컷 깨지면서 살면 그게 인생 다라고, 언젠가 웃고 떠들며 이날을 추억할 거라고(cf. 노라조의 <형>).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동훈이는 멋진 놈이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나의 아저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20세기 초 동화 속 고아소녀의 이름 모를 후원자였던 ‘키다리 아저씨’ 아닐까? 아, 요즘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유연석 배우님을 떠올리는 분들이 더 많을 수도. 어쨌든 그 존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연약한 이들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의 아저씨>에서의 동훈도 그런 고마운 존재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또한 연약한 부분이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 그런데, 그래서 더 감동이다. 순수함을 지닌 채 타성에 물들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따뜻함과 우직함을 보여주는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내가 어떤 앤지 알고도 나랑 친할 사람이 있을까?”라며 배타적으로 살아가는 지안에게 ‘네 번 이상 잘해주는’ 정말 착한 어른. 그리고, 그 아저씨는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소공녀에게 축복의 질문을 던진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사실 현실 속에서 드라마나 동화 속 ‘아저씨’ 같은 존재를 만나 은혜를 입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와 항상 함께하며 평안으로 축복하는 존재가 있다. 보이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버팀목, 헬라어로는 파라클레토스, 어려운 성경 단어로는 보혜사, 삼위일체(Trinity) 하나님 중 한 위격(person)이며, 위로자(comforter), 돕는자(helper), 상담자(counselor)로 불리는 성령님(Holy Spirit) 말이다. 그 분은 오늘 바로 지금도 나와 당신에게 묻고 있다. 평안하냐고. 이 글을 읽고 쓰는 당신과 나, 오늘도 조금 더 평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나아가 인간의 매력을 풍기는 착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형철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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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진 2022-10-21 10:48:52
그 ‘아저씨’ 같은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이 제 곁에도 알게 모르게 항상 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ㅠ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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