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어떤 목사가 좋은 목사일까?
[텔레이오스] 어떤 목사가 좋은 목사일까?
  • 정종훈 교수
  • 승인 2022.10.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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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계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막장 이야기들이 곧잘 나돈다. 자서전적인 책에서 드러난 ‘빠리의 나비부인’의 연인 목사 이야기, 자기 교인인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빤스 목사’ 이야기, 불륜현장에서 과로로 죽었다는 ‘에어장 목사’ 이야기, 800억 원의 비자금을 운영하던 장로가 자살하자 비밀을 덮기 위해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했다는 목사 이야기 등 꼽으라면 수 없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목사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파될 때마다 한국교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대재난 못지않고, 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나오는 국제마약사범이 원래는 엔지니어였는데 흥미를 위해 목사로 변신시켰다는 것은 한국의 목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언론에 등장하는 목사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목사에는 두 종류의 목사만 있는 것 같다. ‘지저분한 목사’와 ‘더 지저분한 목사’이다. 현재 한국 교계에는 10만 명 내외의 목사들이 사역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다수의 목사는 소박하고, 정직하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과 주님의 몸된 교회에 헌신하는 목사들일 것이다. 만약 주요 언론들이 건강하게 사역하는 좋은 목사들의 이야기를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하면, 교회의 객관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을 ‘좋은 기사’로 삼는 언론의 특성 때문에 한국교회에는 성(性)과 돈, 명예나 권력에 중독된 목사들만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좋은 목사’와 ‘더 좋은 목사’가 일하는 터전이 되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목사가 좋은 목사일까. 무엇보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이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우리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언제나 주인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조연에 불과한 목사가 스스로 주인공처럼 행동해도 안 되고, 자기 임의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인 양 둔갑시켜도 안 된다. 은혜를 끼친다는 미명으로 거짓 예화를 창작해도 안 되고, 유명한 어느 목사의 설교를 자기 설교처럼 표절해도 안 된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설교와 목회에 그대로 반영하면, 그는 좋은 목사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교훈을 따르는 목사이다. 교인들 앞에서 하나님의 대리자처럼 힘주기보다는 자신을 비우고 만나는 누구라도 섬길 수 있어야 한다. 부활의 영광을 소망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 주님을 외치면서 자기 이해관계의 도구로 삼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자신을 주님의 도구로 내어드려야 한다. 나아가 지극히 작은 자들, 특히 가난한 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며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게다가 돈 제일의 맘몬주의와 숫자에 집착하는 성장주의, 극단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는 목사라면, 그는 좋은 목사일 것이다.

또한 좋은 목사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목사이다. 성령은 은사를 주시고, 사랑으로 실행하게 하신다. 목사의 은사는 무엇보다 가르치고 예언하는 것이다. 그 은사는 교인들 위에 군림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회공동체를 사랑으로 세우기 위함이다. 목사는 언제나 진리를 가르쳐야 하고, 진리에 어긋나면 예언자가 되어 일갈해야 한다. 성령은 우리가 직면한 삶의 자리에서 땅끝까지 이끄신다. 목사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뜻과 예수의 정신이 스며들도록 앞장서야 한다. 이처럼 성령을 간구하고 성령의 이끄심대로 나아가는 목사라면, 그는 좋은 목사일 것이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지저분한 목사들을 퇴출하고 좋은 목사들을 세워야 하는 절박한 시대임을 직시하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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