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모든 커피는 맛있다
[전문가 칼럼] 모든 커피는 맛있다
  • 안준호 목사
  • 승인 2022.10.0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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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배우면서 영화를 많이 봤다.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영화가 ‘카모메식당’이었다. 일본인 사치에는 어느 날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카모메’란 이름의 식당을 열었다. 카모메란 이름은 갈매기라는 뜻이다. 사치에는 그곳에서 ‘주먹밥’을 팔았다. 그런데 그 식당에는 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 여행으로 온 미도리가 그녀가 만든 ‘주먹밥’을 먹게 되고 두 사람은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서 함께 그 작은 가게를 꾸려나갔다.

사치에와 미도리는 요리와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해서 가게를 열었다. 어느 날, 한 핀란드남성이 그곳에 와서 커피를 시켰다. 그 남성은 커피를 마신 후, 커피내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어도 되겠느냐?고 물어본다. 사치에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 남성의 호의를 받아들인다.

핀란드남자는 드립종이를 정성껏 접어서 드립퍼 위에 올려놓고 또 정성껏 커피를 분쇄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원두를 굵게 갈아서 드립퍼에 부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커피를 내리기 전에 자신만의 의식을 거행(?)했다. 자신의 손가락을 원두에 가리키면서 ‘커피루왁’이라고 주문을 걸 듯 말했다. 커피루왁은 사향고향이의 몸을 통과하여 고유한 맛을 내는 특별한 커피를 말하는데 그처럼 귀한 커피로 생각하고 커피를 내리라는 뜻이였다. 사치에는 입으로 ‘커피루왁’이라고 따라하자, 그 남자는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사치에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바로 ‘타인이 정성스럽게 내려준 커피’라고 가르쳐주었다.

커피를 배우면서 이 영화의 울림이 컸다. 커피를 내리는 지식과 비싼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커피는 타인을 위해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영화는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를 내리면 내릴수록 이렇게 정성스런 마음으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커피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쟁의식에 빠지곤 한다. 옆의 가게를 경쟁자로 여기고 더 맛있는 커피를 내려야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커피는 도무지 경쟁할 줄을 모른다. 사실 커피를 내리면서도 “내가 당신보다 낫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커피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증거일 수도 있다. 커피는 속도를 경쟁하는 F1경주는 아니다. 그러니 경쟁적으로 커피를 내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 목사님과 대화를 하던 중에 그분께서 자신이 마신 커피 중에 가장 맛있는 커피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제가 전도사로 강원도 산골에 있는 교회에 부임을 했을 때, 할머니 권사님께서 서울에서 온 젊은 전도사님께서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시니, 당신의 집에 찾아갔을 때, 맥심커피를 한 사발 타오셨어요. 그래서 그 커피를 한 사발을 다 마셨는데, 나는 그 커피가 지금까지 마신 커피 가운데 제일 맛있는 커피였어요”.

타인이 나에게 준 커피가 모두 다 맛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커피는 너무 쓰고, 또 어떤 커피는 너무 시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엄마들에게는 남이 해준 밥이 맛있듯이 바리스타들에게도 남이 정성껏 타준 커피가 제일 맛있다.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슬픈 경험도 아픈 경험도 좋은 경험도 기쁜 추억도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서로가 베푼 맛있는 커피를 맛있게 마시면서 살아보자. 그렇다, 모든 커피는 맛있다.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안준호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커피마을, 달려라커피 대표마을공작소 대표 가구제작기능사
안준호 목사
참포도나무교회 목사
이중직목회자연대 대표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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