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WCC 제11차 총회를 다녀와서
[특별 기고] WCC 제11차 총회를 다녀와서
  • 김한호 목사
  • 승인 2022.10.06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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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 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김한호 목사와 아그네스 아붐 의장
김한호 목사와 아그네스 아붐 의장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 제11차 총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라는 주제로 독일 칼수르헤에서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렸습니다. 1948년 출범한 세계교회협의회는 현재 140개국에서 개신교를 비롯한 정교회, 성공회 등 349개 교단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연합체입니다. WCC는 헌장 1조에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명시하며 세계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는 대표적 에큐메니칼 운동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11차 총회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등 200명에 달하는 대표단이 참가했습니다. 본 교단에서는 필자와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조은아 전도사(부산장신대) 3명의 총대와 총회 사무총장 김보현 목사, 채송희 목사 그리고 실무자와 게티(GETI) 참가자 스튜어드 등 총 40명이 참가했습니다.

총회는 아그네스 아붐(케냐) WCC 중앙위원회 의장의 인사말과 함께 공식 개막을 알렸으며 환영사를 통해 각 나라의 참석자들을 소개했습니다. 아그네스 아붐 여사가 전쟁의 고통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대표단을 소개할 때는 모든 참석자들이 큰 박수로 환영하며 강한 연대를 표현했습니다.

이번 WCC 11차 총회에서는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6가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각국에서 참여한 그리스도인들이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불평등’, ‘디지털 혁명’ 그리고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확신의 상실', '세상은 평화와 정의를 부르짖는다'라는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2013년에 열린 WCC 부산 총회의 경우 ‘마당’은 참가자들로 가장 붐비는 곳이었고 뜨거운 토의와 대화가 오고 간 에큐메니칼 공유 공간이었습니다. 이번 독일 총회 역시 우물이란 뜻의 ‘브룬넨’에서 지역과 경계, 대륙과 교파를 넘어 수많은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우물은 만남과 나눔의 공간으로서 갈증을 해소하고 낯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브룬넨(우물)에서 만난 각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재정립했습니다. 한국교회도 브룬넨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세계 교회와 교류하며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데 앞장섰습니다.

9월 8일 마지막 날, WCC 총회는 '일치 선언문'(Unity Statement)을 발표했습니다. 일치 선언문이란 코로나를 뚫고 어렵게 모인 세계 교회의 대표들이 열흘 가까이 토의하고 합의한 내용을 전 세계 그리스도인과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문서입니다. 먼저 '메시지 위원회'(Message Committee)는 “하나 된 행동으로의 부르심(A Call to Act Together)”이라는 제목으로 온 교회가 화합과 일치를 위해 함께 행동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여러 환경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자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이어서 ‘세계(공공) 문제 위원회’(Public Issues Committee)는 4개의 의사록을 채택했습니다.

첫 번째 의사록은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 관한 내용입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휴전 중이지만,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릅니다. 이에 WCC는 정의와 인권을 염려하며 항구적인 평화를 호소했습니다.

두 번째 의사록은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WCC 회원 교회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한국 전쟁의 종식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 평화 캠페인 실행 및 한국 교회와의 연대를 새롭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 및 복음화를 위한 세계 교회의 관심과 기도에 큰 힘과 위로를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시리아-아람 집단 학살에 대한 의사록입니다. 1915년에 일어난 이 살상으로 무려 50만 명이 넘는 시리아계, 아람계 그리스도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10차 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아르메니아 대학살’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었습니다. 현재 대다수의 국가는 국가 간 관계악화를 우려해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공식화하지 않고 기피하고 있습니다. WCC는 이번 총회에서 이 비극적인 사건을 집단학살로 인정하며 ‘시리아-아람 집단학살’로 공식 명명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서(West) 파푸아에 대한 의사록입니다. 서 파푸아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수많은 억압과 탄압, 종교적 차별을 받았습니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며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이슬람입니다. 계속되는 인도네시아의 폭압 속에서 원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다가 수십 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도 있었습니다. 이에 WCC 총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에 대한 안전을 촉구했고, 평화를 위해 세계 교회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장려했습니다.

기후위기에 관한 토의
기후위기에 관한 토의

WCC 제11차 총회는 마지막 일정으로 평화, 환경,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동문제에 대한 4개의 성명서(statement)를 채택했습니다.

먼저 '평화'에 대한 성명서입니다. 갈수록 고조되는 양극화와 국가 간 전쟁,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인종차별, 경제적 불의 등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며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기 위해 교회의 역할, 즉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현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둘째로, '환경'에 대한 성명서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성명서이며,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새 위원회가 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향후 8년, 2030년에 개최될 제12차 총회까지 WCC의 가장 중요한 운동이 될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입니다. 총회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규탄하며 휴전과 평화를 촉구했습니다. 성명서 역시 러시아의 군대 철수 및 국제 사회의 중재 역할을 촉구하며 교회 역시 화해와 치유, 위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 중동문제에 대한 성명서가 채택되었습니다. WCC는 중동에서 자행되는 모든 폭력을 단호하게 규탄했는데, 여기서 이스라엘에 '아파타이드'(apartheid)를 적용하려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파타이드, 혹은 아파르트헤이트란 1948년 제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인종 차별 정책(1994년 철폐)을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세워 팔레스타인인을 차별 대우했기 때문입니다.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반유대주의에 대한 우려로 이 단어의 사용을 반대했습니다. WCC 총회는 중동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국제법 수호 촉구 및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특별히 의사록 및 성명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데, 붉은색 카드를 들면 동의, 파란색 카드를 들면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수의 의견을 따라서 의사록 채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도 충분히 수용함으로써 회무는 화합과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혹 회무 시간 부족으로 의견 청취가 어려울 때면 이메일을 통해서 의견을 접수 받고 반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레드와 블루 카드로 의견 찬반을 묻는 회의
레드와 블루 카드로 의견 찬반을 묻는 회의

채택된 성명서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습니다. 필자는 ‘장애인의 평등’ 분과에 참여했는데 장애인을 배려하는 부분에서 교회가 갖춘 시설이 일반 사회 시설보다 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장애라는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놓친 것입니다. 유럽은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이지만 정작 유럽의 오래된 교회들은 장애인에게 장애를 느끼게 하는 건물을 지었던 것입니다. 필자는 전부터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 강단을 장애인이 등단할 수 있는 강단으로 변경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을 포함한 약자들이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교회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WCC 독일 총회에 참가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성경공부와 회무처리, 전체 예배, 그룹별 주제 토의 등 많은 일정 소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을 만나 교류하고, 각국의 언어로 예배하며 소통하는 시간은 많은 배움과 통찰력을 갖게 하였습니다. 특히 오래전 독일에서 유학과 이민 목회를 한 사람으로서 그 의미가 더 뜻깊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러시아 규탄 피켓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러시아 규탄 피켓

물론 아직까지도 WCC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지만 여전히 회원 교단과 개교회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교단은 교회 안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바른 이해와 현실적인 적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 준비를 통해 한국 교회가 앞으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로 세상의 화합과 일치를 이루는 선구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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