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국격’ 논하기 전에 ‘품위’ 지켜야
[뉴스 비평] ‘국격’ 논하기 전에 ‘품위’ 지켜야
  • 최인 장로
  • 승인 2022.10.0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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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최인 장로(전주혜성교회 장로, CBS 재단이사)

높은 자리에 앉는 사람은 직품이나 직위에 맞게 위엄과 기품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은 물론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사회가 불행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들은 지난 며칠간 해외에 나가 있는 대통령이 스쳐 지나가듯 말했다는 그 말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저마다 자신의 듣기능력을 테스트하느라 바빴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유승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에게 확인한 내용이라고 하니 온 국민은 영상을 반복 재생하면서 ‘내 귀가 잘못됐나’ 의심해야 했다”라며 비판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틈만 나면 국격을 얘기한다. 대통령이 국외 순방을 나서기 직전, 대통령실은 ‘국격에 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국무총리도 모르게 용산에 8백억 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들여 영빈관을 새로 건축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없던 일로 하면서도 ‘국격’을 얘기했다.

그렇게 해외 순방에 나선 대통령은 급기야 ‘비속어’ 논란을 자초했다. 과연 사적인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외교부장관에게 했다는 말이 사적인 수준에 그칠까? 사적인 얘기는 해외 정상들이 가득 차 있던 공간을 벗어나 말 그대로 ‘사적인 공간’에서 주고받으면 될 일이다.

우리 정치에서는 그동안에도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혼잣말을 하다가 구설에 오른 정치인들이 상당수 있다. 당시 대통령이 머문 공간은 온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모여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TV카메라를 들이대고 무엇이든 걸리기만 하면 카메라 영상에 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매우 공적인 장소였다.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국회’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집권여당대표에게 ‘내부총질’ 문구가 담긴 메시지를 보낸 것이 카메라에 잡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동맹을 훼손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나머지 얘기들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언론 탓을 한 셈이다. ‘진상’을 밝히기에 앞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조선의 사관들은 목숨을 걸고 임금의 모든 사사로운 언동까지 기록했다. 그래서 임금들은 사관들을 몹시 싫어했지만 그들의 기록을 막았다는 실록의 기록은 없다. 임금은 사초와 실록을 볼 수 없었고 사관은 차라리 귀양 갈지언정 사필(史筆)은 꺾지 않았다.

동맹외교가 중요한 만큼 국민들의 정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 탓하기 전에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비속어를 썼다면 사과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다면 대통령실과 집권여당도 국민의 귀를 의심하지 말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다. 그 날의 ‘진상’은 대통령이 가장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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