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 쓰임 받은 것, 그 자체로 감사할 뿐”
사도 바울이 분부했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의 제사를 드리는 삶,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 과연 그 삶이
물질문명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서 구현될 수 있을까?
로마서 11장의 가르침을
오롯이 온 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간다면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이
교회에, 세속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나님의 사람, ‘엘맨’의 이름으로
37년간 출판사를 운영하며
일천권의 신앙서적을 발간하여 한국 교회와 사회에 헌신한
작은 거인, 이규종 장로
그의 인생스토리에 녹아있는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가스펠투데이가 오랜 설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 출판사역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80년대에 ‘교회어린이’라는 신문이 있었어요. 당시 제가 어린이 사역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20대 후반의 나이로 신문사의 인천지사장을 맡게 되었죠. 신문사가 인연이 되어 출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80년대는 출판등록이 어려운 시기여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었지만 등록은 되어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 해 지나자 신문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문서선교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출판등록을 하고 사역에 뛰어들게 되었죠. 사실 출판에 대한 경험은 전혀 없었는데 하나님의 강권하심이 저를 이끄신 것 같아요.
■ 어린이선교를 위한 특별한 달란트라도?
스무 살 무렵 어린이선교를 위해 인형극을 배웠어요. 그리곤 매년 1~2회씩, 대략 십년 넘게 주로 전국의 농어촌 교회를 찾아다녔어요. 혼자서 1인 4역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열정이 넘쳤었죠. 목사님, 전도사님, 그리고 교사 4~5명과 함께 주로 4박5일 일정으로 여름, 겨울 성경학교를 열었어요. 컬러텔레비전이 귀했던 시절이어서 인형극을 하게 되면 이웃마을까지 소문이 퍼져 아이들 서너 명 정도이던 교회에 일시에 백 명, 백 오십 명씩 모여들곤 했어요. 상품, 선물, 간식을 준비하고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생각 하나로 너무나 기뻤어요.
■ 전국순회 인형극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말씀을 배우고 찬송하며 박수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어떤 교회에서는 저녁예배시간까지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을 올렸고요. 또 하나가 있다면 …, 1986년 여름엔 전남 함평에 있는 엄다교회에 갔었는데. 둘째 날이 되자 그곳 목사님이 다짜고짜 제게 읍내로 나가자고 하더군요. 이유도 모른 채 따라나섰는데, 그곳에서 지금의 제 아내(정수복 권사)를 소개하시더군요. 당시 아내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던데(웃음), 장모님 되신 김너실 권사님께서, 멀리 함평까지 내려와 전도사역에 힘쓰는 저를 좋게 보셔서 결혼할 수 있었죠. 인형극을 계기로 만난 덕분에 결혼 후에도 어린이선교사역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었어요.
■ 출판물도 어린이선교가 중심주제였나요?
초기에 엘맨에서 발간하는 도서들은 주로 교회학교 어린이와 교사들을 위한 교재였어요. 교회학교를 일으키고 부흥시켜야 한다는 열정으로 시작한 출판사였거든요. 그러다가 출판이 어려워지며 종합출판으로 눈을 돌렸지만, 출발 자체가 전도를 목적으로 세운 출판사여서 신앙서적을 중심으로 이어왔어요. 중간에 잠시 신학공부에 관심을 가져보았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사명이 문서사역임을 깨닫고 지금껏 외길을 달려온 거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문서선교를 소명으로 알고 평생토록 복음전파사역에 헌신하고 싶어요.
■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 있다면?
찰스 E. 제퍼슨 목사님이 저술한 『이런 목회자가 교회를 성장시킵니다』라는 책을 1만 권 이상 발간했죠. 그러니까 대략 한국의 20%가까운 교회에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책은 교회성장의 중요 요인을 목회자의 자질에 두고, 목자로 비유된 예수님을 본받아 목회자가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할지를 알려주었어요. 또 목회자에게 오는 유혹들과 목회자가 받게 될 상급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여 목사님들이 많이 찾아 준 것 같아요. 요즘엔 청소년 선교를 위해 세워진 YGM(예일글로벌미션)과 함께 초등부, 중고등부 교회학교를 위한 영어성경교재 55권 시리즈 발간에 힘을 쏟고 있어요.
■ 출판사역으로 보람을 얻은 일이 있다면?
이따금씩 교계의 신문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나 성도들의 이야기가 실릴 때가 있어요. 제가 가진 재산이 별로 없어서 직접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책을 보내어 힘을 보태드리곤 하죠. 교회에 수백 권의 책을 보내드린 후, 넌지시 ‘사랑의 바자회’ 등을 통해 모금할 것을 알려드려요. 그러면 행사를 진행하며 성도들 모두가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체험하게 되더군요. 대체로 정가 이상의 많은 금액이 모아져요. 작은 불씨가 번져 큰 산불이 일어나듯, 사랑의 역사가 일어나는 거죠. 나중에라도 교회로부터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엘맨의 책을 오병이어로 받아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게 되요.
■ 마음에 새겨놓은 성경 말씀이 있다면?
아모스서를 읽다가 감동을 받아 단체 톡에 올린 구절이 있어요. 7장 14~15절에 나오는 아모스의 고백인데요. 아마샤가 아모스에게 “왕의 성소이며 나라의 궁궐에서 예언하지 말라”고 하자 아모스가 이렇게 신앙고백을 했어요. “나는 선지자가 아니며 선지자의 아들도 아닌 목자요 뽕나무를 재배하는 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양 떼를 따를 때에 여호와께서 나를 데려다가 예언하라 하셨다”고 …. 아모스의 고백이 제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함을 느꼈어요.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시지 않았다면, 이제껏 고향 금산에서 농사나 지을 볼품없는 사람인데 … 한국 교회를 위해 쓰임 받도록 이끄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 감사할 뿐이지요.
■ 꿈꾸는 또 다른 영역의 사역이 있다면?
문서선교를 꿈꾸시는 목사님들에게 그동안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목회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훌륭하신 목사님들을 이따금씩 만나는데. 선뜻 책 발간을 못하시더군요. 이분들이 설교집, 수상록, 신앙에세이, 소논문 같은 다양한 책을 남긴다면 자손들을 위한 신앙유산은 물론이고 한국 교회를 위해서도 큰 자산이 될 텐데 …, 누구라도 나서서 집필과 탈고과정, 그리고 편집, 출판에 이르기까지 안내할 필요가 있어요. 가스펠투데이 같은 신뢰받는 신문사가 ‘신앙유산, 책으로 물려주기’ 교실을 개설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저 또한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겠고요. 또 많은 목사님들이 선뜻 동참하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