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노동의 문제는 영적인 문제입니다
[텔레이오스] 노동의 문제는 영적인 문제입니다
  • 김희룡 목사
  • 승인 2022.09.2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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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노동교회 전통을 이어가는 성문밖교회에서 2014년 4월 사역을 시작하며 매년 한 군데 이상의 농성장 기도회에 참여하였습니다.

2015년에는 종로구청 뒷골목에 설치된 삼표시멘트 농성장 기도회에 함께 하였습니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표시멘트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습니다. 명목상 하청업체 직원이었지만 모든 작업지시는 삼표시멘트에서 받아 사실상 삼표시멘트의 직원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회사는 위장도급,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되어 노동자들에게 패소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2년간 길거리 농성장에 방치했습니다. 2017년 9월에 노사가 극적인 타결을 보기까지 필자와 성문밖교회가 참여한 “개신교대책위원회”의 농성장 기도회는 2년 정도 이어졌습니다.

2018년에는 파인텍 농성장 기도회에 참여하였습니다. 구미에 있는 회사가 한국합섬에서 스타케미컬로 넘어가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미 구미 공장 굴뚝에서 노동자 차광호가 408일의 고공농성까지 했고 그 이후에 맺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이번엔 서울시 목동 열병합 발전소 75미터 굴뚝에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가 올랐던 겁니다. 종교, 정치, 시민사회가 모두 염려하고 연대하여 파인텍 고공농성이 426일 만에 타결되기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개신교대책위의 기도회가 이어졌습니다.

2019년에는 삼성해고 노동자 김용희가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에 올랐습니다. 24시간 그치지 않는 차량의 소음과 미세먼지로 도시의 새들조차 둥지를 틀지 못하는 열악한 곳이었습니다. 2020년 5월 355일 만에 극적인 노사합의가 성사되어 노동자 김용희가 무사히 땅을 밟기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기도회가 이어졌습니다.

2020년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해입니다. 불황을 모르던 항공업계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항공사인 아시아나에서 기내청소를 하던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고도 회사는 노동자들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농성장을 꾸렸습니다. 끝까지 농성장에 남은 두 명의 노동자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김계월 지부장만 해고 800일 만에 회사로 복직할 때까지 개신교대책위의 기도회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이어졌습니다.

미리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필자와 성문밖교회가 참여한 개신교대책위원회의 기도회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이었습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의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저는 농성장 기도회에 참여하면서 고용 불안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삶, 인간의 생명조차 언제나 비용의 문제로 처리되고 있는 자본주의, 물신주의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모든 위험이 언제나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는 구체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의 문제는 노사관계에 국한되는 법적인 문제를 넘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도덕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을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볼 것인지, 존엄한 하나님의 피조물로 바라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영적인 문제임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기도회가 진행된 것은 바람직했다고 믿습니다.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개신교대책위의 기도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개신교대책위의 농성장 기도회가 한국 교회의 영성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로 나아가는 일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김희룡 목사<br>​​​​​​​(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
성문밖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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