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의 디아코니아

지금까지 교회의 선교 활동은 대체로 선포자 중심이었다. 복음의 씨에 대한 자긍심으로 복음의 씨앗이 떨어져 열매를 맺게 될 밭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아니해왔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것을 갖고 있으니 와보라는 식이었다.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명분과 가지고 있는 공간과 인프라로 일방적으로 카페를 만들어 온 것이다. 지역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하고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를 지역사회는 요청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선교의 체질은 디아코니아 영역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니 먹을 것을 비롯하여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섬김 사역에서 가진 것을 베푸는 시혜자와 베풂을 받으며 감사하는 수혜자로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왔던 것이다. 조금은 일방적으로 수직적으로 자선과 동정을 베풀어 온 것이었다.

지난해 성탄절에 필자와 관련된 다문화어린이들에게 성탄절에 받고 싶은 선물을 조사하였더니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돈의 크기가 너무 달라 아이들에게 5만원이라는 돈의 크기에 맞출 것을 제안하니 돈의 크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싶은 선물이 더욱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었다.

어느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영화 관람을 하는데 같은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는게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었다. 욕구를 파악하는 번거로운 과정, 많은 인력과 경비가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행복의 선택권을 당사자에게 돌려주려는 의도였다.

우리 주님은 하나님이시면서 이 땅에 내려 오셨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시어 주님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찾아오셨듯이 성육신의 영성은 오라고 하지 않고 찾아가서 그들의 입장이 돼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우리 주님은 병자에게 “네가 낫고자 하느냐?”고 물어보셨다. 병자니까 마땅히 낫기를 원할 것이라 여겨 시혜적으로 치유하여 주지 않으셨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자기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들의 입장과 그들의 욕구를 경청하시고 각각의 맞춤식으로 섬기신 것이다.

제공자(교회나 신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기본 틀을 교정해보자. 수요자 중심의 디아코니아란 수요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처지와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 필요를 채우고 그들의 정서적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작은이에 대한 맞춤 서비스 곧 수요자의 욕구를 최우선 하도록 하고 우리가 하는 일은 그들의 필요를 일부 보충한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만나는 시간도 주는 선물도 아니 그들의 자존심은 물론 명예까지도 배려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 주님은 먼저 찾아가셔서 말을 먼저 거셨고 먼저 손을 내미신 것을 오늘의 우리도 닮아 가야 할 것이다. 청소년복지의 대명사인 돈 보스꼬는 이런 말을 한다.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그 청소년이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