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넘는 남북 분단은 언어마저 갈라놓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훈련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아이스하키 용어를 서로 정리했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아이스하키 용어를 주로 영어로 사용했다. 한편 북한은 영어로 사용되는 아이스하키 용어를 토착화하는 노력을 했다. 그래서 남북 단일팀 사라 머레이 감독은 남북 선수들이 아이스하키 용어를 서로 배우도록 지시했다.

남북언어차이는 성경 번역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7년 홍성사에서 출판된 『하나님의 약속: 예수 후편』에서는 영어성경 NLT와 평양성경 연구소에서 번역한 평양말 성경이 대조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남한말과 북한말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약속: 예수 후편』에서 마태복음 5장 27절~28절은 평양말로 이렇게 번역되었다.
너희는 ‘부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명령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지어 정욕을 가지고 녀자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이미 그의 마음에 그 녀자와 부화한 것이다. -마태복음 5장 27절~28절
위의 문장에서 남한 사람에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말은 ‘부화해서는 안 된다’ 이다. 아마 대부분의 남한 사람은 '부화해서는 안 된다'를 알을 깨고 나와서는 안된다로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평양말 성경에서 '부화하다'라는 말로 번역된 그리스어는 μοιχευω<모이케우오>이다. 그리스어 <모이케우오>는 간음하다, 간통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부화(浮華)하다’의 의미를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첫번째는 실속은 없고 겉만 화려하다는 의미다. 두번째는 북한어로 남녀관계가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건전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즉 북한에서는 ‘부화하다’가 부도덕한 성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또한 마태복음 5장 28절에 ‘지어(至於)’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는 NLT의 영어단어 even을 번역한 것인데, 남한에서는 even을 주로 ‘심지어(甚至於)’라고 번역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지어’와 ‘심지어’는 같은 의미를 가진 부사이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동일한 문맥에서 ‘심지어’를 사용하고, 북한에서는 ‘지어’를 사용한다.
마태복음 5장 27절-28절을 평양말로 살펴볼 때 남한 사람은 한 번에 그 본문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단어가 남한과 북한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북한에서만 사용되는 부사가 있기 때문이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서로 하나되기 위하여 각자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남한교회도 북한교회와 하나되기 위해 북한의 언어를 공부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