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이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5.1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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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이다. 5월은 살아 남은자의 부끄러움으로 우리를 늘 고개 숙이게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고, 특히 5월에는 피를 뿌린 광주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의 영혼을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난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광주는 진압군과 맞서기위해 결성된 시민 수습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시민들은 예비군 무기고와 탄약고, 그리고 경찰서등에서 총기류와 실탄, 수류탄을 탈취하여 무장을 강화했다. 그런데 그 중 절반이 넘는 2,500여정의 총기와 폭약이 전남도청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었다. 보관중인 폭약이 폭발하면 광주시민과 계엄군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시민군에 가담해있던 전도사 문용동은 1980년 5월 26일 전남도청 지하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보관중인 폭약이 폭발하면 반경 3~4km 이내의 광주시민과 계엄군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에 폭약뇌관을 분리하기로 했다. 폭약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는 상무대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고 상무대에서 나온 군인은 뇌관분리작업을 해줬다. 그 일로 “문전도사가 폭발물 뇌관을 분리해서 계엄군이 쉽게 도청을 접수하게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용동은 꽃다운 나이에 전남도청에 쳐들어온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그는 1970년 친구의 전도로 광주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으며 1973년 호남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3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고, 당시는 제대하고 휴학 중이었다.

당시 피투성이가 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목과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젖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런데도 5월을 찬양하는 노래들이 많다. 사랑 찬가인 ‘아름다운 오월(Im Wunderschoenen Monat Mai)’은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슈만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에 실린 노래다. 고 김현식은 호소하고 울부짖는 창법으로 이 노래에 이채(異彩)를 더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오월이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처절한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주제로 한 ‘오월의 노래’다. 지금은 찾는 이도, 아는 이도 거의 없지만 1980년대에는 '시대의 노래'처럼 불렸었다. 이 노래의 원전은 1973년 프랑스의 샹송 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부른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Oui A Tue Grand Maman)’이다. 섬뜩한 제목이지만 재개발 지역에 편입된 사유 재산인 정원을 지키려 투쟁하다 숨진 할머니의 실화를 애절한 선율로 옮긴 것이니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도 언뜻 맥이 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이선희가 부른 ‘한바탕 웃음으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노래방에서 흥에 겨워 목청껏 부르기도 하는 노래지만, 가사를 음미해보면 과연 그러함직도 하다. 37년이 되었으니 이제 그만 오월을 보낼 때가 된 것도 같은데 그러나 그날을 차마 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소한 걸로 싸우지 말고 싸움을 하려거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라.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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