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45) - 외인(外人) 부대
아라우의 후예(45) - 외인(外人) 부대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09.10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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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외인부대’는 특정국가의 군대에 그 국가의 국적을 가진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을 받아들여 구성한 부대를 말한다.

아라우부대는 엄밀히 말하면 외인부대라고 할 수 없지만 부대원들 중에 ‘외인부대’라고 부르는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작업특공대가 있었다. 사실 우리 공병대원들은 대부분이 시설공사 병력이 아닌 전투공병이라 건물복구에 필요한 전문적인 목공과 미장 능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파병 초기에는 장병들이 숙련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2층 이상의 고층건물 복구는 가급적 자제했다. 그 대신 지붕트러스 작업 등 위험한 공사는 함께 작업을 했던 필리핀 공병의 도움을 받았다.

3층높이에서 작업중인 외인부대
3층높이에서 작업중인 외인부대

다행히 대부분 건물이 낮은 단층이어서 작업 중 낙상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칠 위험이 적기 때문에 장병들이 기술을 숙달해가며 공사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공사가 확대되면서 레이테주 교육청처럼 3층 건물을 복구하는 데는 사고의 위험성이 높았고 부대원만으로 공사하기에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공병대대장에게 2월에 주둔지 공사업체에 고용되었던 현지 인부들 중 성실하고 기술이 뛰어난 인원들로 10명을 선발하도록 하였다. 이들은 주둔지 공사가 끝나가면서 일을 그만두어야 했는데 우리와 같이 일을 하게 되자 뛸 뜻이 기뻐하였다. 나는 이들을 ‘외인부대’로 부르고 리더십이 있는 인원을 팀장으로 임명하였다.

외인부대라고 부른 이유는 외국인인 이들에게 우리 병력들이 하지 못하는 그네, 시소 등 놀이시설 제작과 타일, 용접 등 특별하고 위험한 일을 전담시켰기 때문이었다.

외인부대는 대부분 부대 앞에 있는 난민촌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출퇴근이 용이 하였고 필요시에는 휴일과 야간에도 불러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외인부대 덕분에 작업속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위험성이 있는 2층 이상의 건물 복구공사도 가능하였다.

외인부대는 돈을 번다는 기쁨과 한국군과 함께 태풍 피해를 입은 자국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요령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였다. 나는 부대원들에게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현지 고용인부터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민사작전은 실패 한다”라는 교훈을 강조하여 외인부대를 고용인이 아닌, 같은 부대원이라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하였다.

외인부대도 우리와 똑같은 간식을 제공했으며 작업장에 차량으로 함께 이동하였다. 또한 수시로 구호품을 주고 일당 10불외에 보너스를 지급하였으며, 팀장에게는 13불을 지급하여 권위를 세워 주었다.

이러한 대우에 감동되어 외인부대는 필리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정말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여 필리핀 공병대원들도 놀라워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아라우부대를 자랑하는 선전요원과 대변인들이 되어 있었다.

10월 20일 레이테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 시에 행사장 주변에서 현지의 한 반정부단체가 시위를 했다. 그들은 당시 훈련 중이던 미 해병대의 철수요구와 더불어 한국군이 난민촌에서 매춘을 하고 있다고 가두방송을 했다.

그러자 외인부대는 반정부단체를 방문하여 “우리가 난민촌에 살고 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느냐”라고 항의하였다. 또한 난민촌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나서 매스컴에 “반정부단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해명을 하였다.

이렇게 작업특공대인 외인부대는 아라우부대가 복귀할 때까지 거의 1년 동안 같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하여 성공적인 재해복구작전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나는 아라우부대가 철수하면 이들의 생계가 문제가 되므로 철수하기 2주 전에 이들을 다른 공사장에 소개시켜 주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아라우부대가 타클로반 항구에서 LST(상륙지원함)로 떠날 때 외인부대는 “COME BACK ARAW”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와 아라우부대를 환송하였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지만, 우리 공병대원들과 외인부대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는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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