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과잉연결 소통부재 사회
[논설위원 칼럼] 과잉연결 소통부재 사회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2.09.0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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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윤태 목사(신성교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100일도 안되어서 20% 대로 추락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언론들은 소통 부재를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더 활발하게 소통을 시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근 후엔 사람 만나는 것보다 독서를 더 좋아해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와 달리 윤 대통령은 퇴근 후 격의 없이 술자리를 가지며 활발하게 소통을 시도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출근길 약식기자회견, 일명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을 통해서 언론과도 활발하게 소통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왜 소통부재를 느끼고 있을까? 이상돈 중앙대 교수에 따르면 잦은 도어스테핑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필요 이상으로 점수를 깎아 먹었다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대화는 많이 시도하지만, 소통 없는 대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은 다르다. 대화의 정의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라면 소통은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화를 하더라도 뜻이 서로 통하지 않으면, 잦은 대화도 얼마든지 소통부재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과잉대화 소통부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윌리엄 데이비도우(William Davidow)는 그의 책 “과잉연결시대(Overconnected)”에서 현 사회를 연결이 지나치게 많은 사회로 규정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연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진정한 소통의 부재다. 오늘날 조직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구성원 간의 접촉(contact)과 연결(connection), 그리고 소통(communication), 이른바 3C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구성원 간의 연결과 대화는 활발해졌다.

그러나 접촉과 소통은 오히려 후퇴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와 같은 SNS에 24시간 접속되어 살면서 우리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익명의 다수에게 시시각각으로 내가 먹은 것, 방문한 곳을 알려준다. 내가 새롭게 산 것을 자랑하며, 지금 현재 나의 기분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 그 댓글에 일일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답글을 달아주며 우리는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잦은 대화와 24시간 연결은 오히려 우리를 점점 더 외롭고 불안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소셜 네트워크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인기를 잃을까 두렵다. 자칫 한 번의 실수는 순식간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가 조회 수와 지지율을 곤두박질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팔로워는 많지만 친구는 없다. 혹시라도 마주하게 될지 모를 소통 단절의 불안은 오히려 우리를 점점 소통 부재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가 ‘과잉연결 소통부재 사회(Overconnected Society without Communication)’로 향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저녁 식사 시간을 생각해 보라.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SNS와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지금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 혹은 동작에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 접속은 했지만 접촉은 없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은 시도하지만 상대방과의 소통은 잃어버렸다. 함께 밥은 먹었지만 우리는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심지어 무엇을 먹었는지도 쉽게 잊어먹고 만다. 셰리 터클(Sherry Turkle)도 그녀의 책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온라인을 통한 잦은 소통이 오히려 인간의 진정한 대화 능력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대면 속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의 복잡한 감정을 이모티콘과 아바타로 단순화하고, 공감하는 데 필요한 여러 단서를 0과 1로 치환해 버린다. 결국 과잉연결이 오히려 우리의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을 점점 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핵심은 말보다 마음이다. 기술보다 진정성이며, 논리보다 태도다. 지나친 접속을 잠깐 중단하고, 눈을 들어 상대방의 얼굴을 보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잠시 중단하고,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모티콘과 아바타, 구독과 좋아요, 조회 수와 지지도, 그 너머에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소통(疏通), 막힌 것이 뚫리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김윤태 목사 <br>대전신성교회<br>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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