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로제타' - 그저 ‘평범한 삶’이 희망인 사람들
[영화와 복음] 영화 '로제타' - 그저 ‘평범한 삶’이 희망인 사람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9.0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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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보낼 며칠간의 야영이 아닌 이상, 이동식 트레일러 생활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모든 게 부족하다. 물도 가스도 전기도 그때그때 관리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사와야 한다. 이마저도 혹시 안주면 어떡하나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그런 건 괜찮다. 진짜 속상한 건, 알콜중독자인 엄마의 삶이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대는 술은 어디서 났는지, 집에 들어오면 항상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술을 구하기 위한 부정한 방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렵게 임시직으로 구한 직장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또 해고통보를 받았다. 눈물 젖은 빵으로 마음을 달래지만, 억울함은 감출 수 없다. 이제 18살의 청년 로제타(에밀리 드켄)의 삶은 고달프다.

급여가 작아도 생계유지를 위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긴 힘들다.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 기관을 찾지만, 기간이 너무 짧아 기준조건을 채우지 못해 거절당한다. 배를 채우기 위해 관리인 몰래 저수지에서 숭어낚시도 해본다. 주어 온 옷을 제정신이 든 엄마가 수선해주면 옷가게에 헐값으로 넘긴다. 종종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지만, 병원은 사치다. 여느 10대 후반의 삶과는 다르게, 로제타가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유독 높아 보인다. 그가 한 번도 제대로 된 미소를 머금지 못한 이유이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와플가게 청년 리케(파브리지오 롱기온)를 통해 대리 일자리를 얻는다.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이래저래 살펴주는 리케가 싫지 않다. 그 또래라면 당연히 가졌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호감으로 대해주는 리케가 무척 고맙다. 잠자리에 누운 로제타는 혼자 읊조린다. “난 일자리가 생겼어. 친구도 생겼어. 난 평범한 삶을 산다. 난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 로제타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밤이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다. 와플가게 사장 아들이 돌아오면서 일자리를 빼앗긴다. 항의도 하고 시위도 해보지만 헛수고다. 그러다 리케가 몰래 와플을 빼돌려 파는 장면을 목격한다.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탐난 로제타는 사장에게 그를 고발하고 그 자리에 들어간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극복하기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삶은 계란 하나 먹고 가스를 켜놓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가스조차 없어 실패한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돈을 주고 빈 가스통을 충전해야 하는 기구한 현실. 오열하는 로제타. 그때 리케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영화는 끌을 맺는다. 둘은 희망을 발견했을까?

〈로제타〉는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가 제작하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90년대 후반 벨기에의 현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상황과 다르지 않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는 가장 큰 화두이며, 홈리스 청소년 문제도 사회적 이슈이다. 얼마 전, 유례없는 폭우가 서울시에 쏟아져 신림동 반지하 가족이 물이 찬 집을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지하 살면서 왜 미리 대피 안 했나?” 사고 현장을 구부려 앉아 내려다보며 내뱉은 대통령의 말이었다. 서민의 삶을 알기나 할까? 반지하를 없앤다는 서울시 호우대책이 발표되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좋은 곳으로 간 것일까?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달동네를 없애고 도시미관을 좋게 만들었지만, 그 쫓겨난 사람들이 간 곳이 신림동 변두리 반지하라는 사실을 시장은 알고 있을까?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 6천억 삭감은 무슨 의미일까?

그저 평범한 삶이 희망인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살고 있다. 그들은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있을 것이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15:11)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을 숨겨야 할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까? 평범 그 이상의 삶이 당연하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풀지 못할 난제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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