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송병구 목사의 ‘상징’
[전문가 칼럼] 송병구 목사의 ‘상징’
  • 심광섭 목사
  • 승인 2022.09.07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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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심광섭 목사(예술목회연구원 원장)

종교와 신학의 언어적 특징은 상징이다. 종교에서 언어는 ‘문자’가 아니라 ‘상징’이어야 한다. 종교적 언어는 겨우 상징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며 “오직 상징을 통해서”라고 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언어는 상징으로 보아야 한다. 상징의 의미가 살 때 종교는 기억 속의 역사나 죽어가는 고목이 아니라 늘 푸르게 살아 있는 종교가 된다.

송병구 목사는 지난 30여 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십자가를 수집하여 십자가에 관한 책만 5권을 출간하였다. 그 중 『십자가, 168개 상징 찾아가기』(2005)는 『168の 十字架』(2009)로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성경의 진리를 과학적 사실이나 팩트체크를 정확하게 통과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인정해야 믿음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의 진리에 대한 철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믿음의 진리란 과학적이거나 역사적 사실의 차원에 속한 것이 아니라 무한자이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초월적 차원에 속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언어는 사물이나 사건을 지시하는 문자적 기능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사건을 전하며 그 사건에 참여하고 나누게 하는 언어, 곧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상징으로 여기는 대상은 언어가 아니라 ‘사물’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물들인데,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할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참여하는 힘을 갖기 때문에 상징물이 되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인 빵과 소금, 물과 항아리 그리고 문(門)은 일용지간의 보이는 세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시하고 거기로 우리를 초대한다. 초대받은 우리는 변형된 사물의 의미를 읽으면서 함께 변화한다. 믿음은 사물을 그냥 사물로 보지 않고 인간을 영의 세계로 이끄는 매개가 되면서, 사물 속에 깃든 숨은 뜻이 ‘사물-인간-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개시(開示)된다.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에서 8개의 사물을 다루며 모두 32개의 사물이 언급된다. 그 사물들은 하늘의 지혜를 삶 속으로 모시며(2장),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게 하며(3장),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4장). 해와 달, 무지개와 같은 천체의 사물, 맨발과 손과 같은 신체의 부위, 빵, 소금, 물, 올리브와 같은 먹거리, 항아리, 지팡이, 열쇠, 옷, 그물과 같은 생활 사물, 독수리, 나귀, 어린양, 소와 같은 동물 등의 사물이 믿음 속에서 사람과 만나 신성한 것을 가리키고 인도하는 성스러운 사물, 곧 성사(聖事)가 된다.

상징의 신학자 폴 틸리히는 개신교회와 신학에서 “성례전(성사)의 죽음”을 조심스럽게 언급한 바 있다. 레오나르도 보프의 『성사란 무엇인가』라는 얇은 책자는 개신교 신학도인 본인이 성례전(성사)을 근원적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얻은 책이다. 이 책은 요즘에도 꺼내 읽는다. 그만큼 깊이에 재미를 더하는 책이다. 보프는 어머니가 구우시는 빵, 시골 학교 선생님, 정든 옛 집, 심지어 아버지가 피우시던 꽁초에서도 성사를 찾는다.

나는 송병구 목사가 오랜 기간 목회적인 경험 속에서의 십자가 수집과 깊은 성찰의 경험을 통해 나온 『상징』이 보프의 책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징을 통해 성경을 보는 눈이 뜨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건 그리고 세계와 우주를 보는 안목이 깊어지고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
예목술목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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