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인재’ 양성 위한 새로운 발돋움
‘밀알 인재’ 양성 위한 새로운 발돋움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8.3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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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신대학교 7대 총장 황해국 목사
“지역과의 거리 좁히며 새로운 시대 준비할 것”
“성장주의, 보여주기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오직 섬김과 낮아짐, 본질에 집중해야“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황해국 목사. 최상현 기자.
서울장신대학교 총장 황해국 목사. 최상현 기자.

진행_박진석 목사(본보 편집인)

Q. 오랫동안 목회하다가(일산 세광교회) 서울장신대 총장으로 섬기게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현재 전국의 대학이 모두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원대비 1만 명 이상 부족한 상황이죠. 2045년이 되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대학의 위기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제는 대학이 폐교하는 순간 국가의 소유로 넘어간다는 것인데 이에 대비한 준비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에 이 문제를 두고 정관 수정 등을 통해 학교의 소유권이 총회 측에 있다고 명시하는 등의 노력을 했어요.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에서였습니다.

각 대학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는 동력을 상실해갈 것입니다.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요. 막막한 현실 속에서 지난 3월에 총장으로 취임했는데 사실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일산에서 29년간 목회하면서 안정적인 환경 속에 사역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전 총회장님들, 선배 목사님들께서 “신학대학 하나가 교회 천개보다 중요하다”고 하시는 말씀이 마음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엎드려 기도하기를 ‘하나님, 저는 서울장신대 총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A급으로 순위 매겨지는 학교도 아닙니다’라고 아뢰었지요. 그러자 주님은 제게 ‘천애 고아와 같던 너를 이끌어 이 자리로 인도했다. 너도 B급 이었다. 하지만 그 학교가 배출한 종들은 남들이 가지 않는 곳까지 뻗어나가 밀알이 되어 복음의 씨를 뿌렸고, 내 교회를 섬기고 있지 않더냐? 그런 학교를 왜 너는 귀하기 여기지 않느냐?’

저는 그 응답에 순종하여 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역시 현실은 만만치 않았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Q. 목회자로 부름 받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중학생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김포에 계신 작은 아버지 댁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가까운 교회를 다녔는데 제게는 교회가 어머니의 품과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한 부르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부심을 늘 품고 다녔어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먹지 않는 호랑이처럼 비록 막막한 현실이지만 나는 주님의 자녀라는 생각으로 평생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았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며 동생을 교육시켰어요. 그리고 군에 입대한 후 목회자 소명을 받았어요. 군에서는 신우회 활동을 하면서 내무반 예배를 매일 인도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곧바로 교회 전도사로 사역과 신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목회 외의 다른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서울장신대학교의 ‘밀알 비전’이란 무엇입니까?

밀알 비전은 요한복음 12장 24절의 말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이 말씀이 저희 학교의 시작이며 설립 목적입니다. “너희는 밀알이 되어라!” 세부적으로는 밀알 교육, 밀알 신앙, 밀알 목회로 설명할 수 있어요.

서울장신대는 1954년 총회 직영 신학교로 시작됐습니다. 1980년부터 신설동에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많은 이들이 공부했죠. 설립자 강신명 목사님이 가진 원칙은 광나루 장신대가 마펫 중심의 교단 신학에 집중한다면 서울 장신대는 언더우드 전통을 따라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타 대학 총장과 교수들이 와서 강의를 했고 덕분에 학생들은 학문을 폭넓게 접하며 공부할 수 있었어요. 서울장신대는 시작이 야간신학교였기 때문에 평신도 중심으로 열정과 사명을 가진 이들이 모여 공부했고, 그들은 밀알이 되어 외진 곳,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학교의 로고를 보면 그 정신이 잘 나타나있죠.

‘십자가, 지팡이, 신발.’

이 세 가지만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학교의 가치와 정신입니다.

서울장신대의 로고. 십자가, 지팡이, 신발.
서울장신대의 로고. 십자가, 지팡이, 신발.

Q. 강신명 목사님이 가진 신학적 바탕이 굉장히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강 목사님께서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당시에는 장감성(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교수들이 다 와서 강의했어요. 매우 보수적인 분부터 진보적인 분들 모두 와서 강의하셨는데 최고의 강사진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학생들도 에큐메니칼을 접할 수 있었고, 다양한 컬러의 분야를 두루 접하며 안목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Q. 후학을 양성하는 입장에서, 현재 한국의 목회 현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컨텍스트(맥락)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전, 10년 간(2010-2020년) 우리 교단의 교세가 46만 여명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약 24%가 더 빠져나갔다고 해요. 저는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성장 중심에 묻혀있던 한국 교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를 겪으면서 거대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밀알이 되어 온라인, 오프라인 사역을 동시에 이어가는 데 힘써야 합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오늘날 온라인 사역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 맞추어 서울장신대도 학과, 학부를 개편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학은 실천에 힘쓰도록 강화하고, 최근 교회에서 중요한 사역이 된 영상편집, 상담, 자격증 교육을 제공하면서 교회 음악 또한 실용과 영상을 접목시킬 수 있도록 계획 중입니다. 녹음실도 만들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음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한편, 학교와 지역 주민간의 간극을 좁히고,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최근 음악회를 크게 열었습니다. 지역주민이 편하게 방문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고, 문화센터를 활용하며 평생 교육의 거점이 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는 자비량 목회를 총회에 헌의한 적이 있는데 목회자도 양질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자립 교회 목사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일이 대리운전입니다. 우리 교단 9,400교회 중 3,200개 교회가 미자립 교회입니다. 그중 2,100개 교회는 도움을 받고 있지만 1,100개 교회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형교회는 부목사의 수를 줄이고 있는데, 이제 목수 교육이라도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목공을 배우면 하루 일당이 30만 원 정도 되는데 집도 고쳐주고 복음도 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울장신대 평생교육원에서는 이를 위해 9월부터 목회자직업교육(목공)을 제공합니다. 수강자가 전문 교육 지식을 습득하여 경제적 활동뿐만 아니라 기술을 통해 공동체와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마을 목회의 확장 기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대담을 나누고 있는 황해국 총장(오른쪽).
대담을 나누고 있는 황해국 총장(오른쪽).

Q. 신학교 통폐합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필연적으로 다가올 과제이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봅니다. 지금은 각 대학이 자구책을 찾아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안 되면 지역 위주로 묶어보고, 다음에는 중앙으로 뭉치는 방식으로 단계적 진행이 되어야겠지요. 그 과정에서 교육부와의 연합 사업을 진행하는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자연치유대학원이 있는데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생계란, 푸드테라피 제품 등이 있는데 직접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도 스스로 최대한 노력하고 개발하면서 국가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이런 방면으로 책정한 예산이 있는데 90%는 불교 쪽으로 가고 일부는 가톨릭으로 갑니다. 그런데 개신교는 거의 가져가는 것이 없어서 안타깝지요.

Q. 한국 교회에 남기고 싶은 말씀은?

학교에서 15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출근길에는 도로가 막혀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빠져나가는 우측 도로에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저 앞에서 봉고차 한 대가 무리하게 끼어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차량들이 동시에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끼어든 봉고 차량에 ‘주 예수를 믿으라!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 대의 차량이 끼어드는데 ‘전국 운수노조’라고 써져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저 차량을 본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작은 잘못 하나로도 교인 10만 명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잘못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총장 취임 후 교회를 돌며 인사하러 다니는 중인데, 현장을 살펴보니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교회의 메시지가 달라지지 않았고 이전과 동일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아기가 어머니의 젖이 충분하지 않으면 보채듯이 성도들은 메시지와 은혜를 풍성하게 받아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다가 ‘우리 목사님이 설교를 정말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린 것이죠. 수십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목사님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한국 최대 교회 실제 출석 교인수보다 많은 이들이 그분의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이제 말씀을 철저히 붙잡고 복음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내려놓아야 해요. 성장주의, 보여주기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오직 섬김과 낮아짐,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교회 건물을 보고 존중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비우고 희생할 때 존경해요. 화려하고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섬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과 함께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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