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헌트〉 - 상상력을 통해 극복되는 사건의 간극
[영화와 복음] 영화 〈헌트〉 - 상상력을 통해 극복되는 사건의 간극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8.25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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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는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여럿 발생한 시기였다.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여 제5공화국을 탄생시켰고, 이로 인해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 수많은 시민이 피를 흘려야 했다. 냉전시대 남북관계도 좋지 못하여, 북한이 버어마(미얀마) 랑군 아웅산 묘지를 테러하여 한국의 정부각료 다수가 사망했고, 이웅평 상좌(대위)가 미그19(MiG-19) 전투기를 몰고 귀순하기도 했다. 칼(KAL)기 폭파사고도 이때 발생했다. 국내적으로 여전히 신군부를 향한 학생시위가 지속되었고, 경제적으로 장영자·이철희의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바로 이런 사건들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각 사건의 단순한 병렬적 나열을 넘어서서 사건과 사건 사이의 간극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연결한 영화이다. 그래서 〈헌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1980년대 초반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건은 단지 사건 자체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역사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퇴보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감독 이정재는 〈헌트〉를 통해, 각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곁들여 영화적 재미와 메시지를 담아 잘 요리된 완제품으로 관객에게 내놓았다. 냉전시대 이분법적인 국제역학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혼란스러운 국내문제를 제대로 버무렸다.

〈헌트〉는 상업용 영화지만, 품고 있는 주제와 감춰진 메시지는 사뭇 진지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보안사와 중앙정보부는 각각 군대와 행정에 있어서 1970~80년대까지 권력기관의 실세로 악명이 자자하던 양대 부서이다. 특히 신군부의 정권 장악 이후, 중앙정보부의 맥을 이어받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는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는데, 남산에 청사를 둔 국내팀과 이문동에 청사를 둔 해외팀 사이에는 묘한 경쟁의식과 반목이 상호작용하기도 했다. 주로 공작과 폭력, 억압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안기부는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 충실했다. 바로 이 부분이 감독이 새롭게 보고 해석한 첫 지점이다.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과연 통치자의 정의롭지도 명분도 없는 통치 행위에 무비판, 무조건적 순종만을 했었겠느냐는 의문이다.

영화는 해외팀의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의 김정도(정우성)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서로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각 기관의 정보력과 물리력을 총동원하여 견제하고 허물을 찾는다. 반전은 이들이 일치하는 하나의 접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다를 듯 보였던 이들의 행보는 하나의 목표 안에서 합의를 이룬다. 그것이 북한의 적화통일에 기반을 둔 행동이든, 무차별한 살육을 통한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보응이든 ‘그릇된 지도자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제로 수렴된다. 그 클라이막스가 동남아시아 태국에서의 폭파사건이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보면 한국사의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헛된 야망으로 인한 왜곡된 폭력 사용이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각 사건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인이 있기에 그에 따른 결과도 일어나는 법이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잘못된 시작은 악화를 강화하고, 이는 다시 폭력적인 과정을 통해 비참한 결말로 마치게 된다.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도 결국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비뚤어지고 어긋난 생각과 이념의 실행이 그 원인이 경우가 많다. 해결책은 없을까?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위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랑이 바탕이 된 희생의 십자가는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푸는, 힘들지만 가장 완벽한 새로운 시발점이다. 십자가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1980년대의 사건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니, 십자가로 다시 시작하고 재해석하는 1980년대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거짓과 왜곡, 불의와 억압, 복수와 폭력을 넘어서는 참된 가치로 세상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간절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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